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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수'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의 즐거운 한때. VOGUE 화보

by 카이사르00 202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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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목표를 붙들고 한배에 오른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의 즐거운 한때.

김혜수는 말의 힘을 믿는다. 봄부터 준비한 영화 <밀수> 팀과의 화보 촬영 직전, SNS에서는 배우 송윤아가 진행자로 활약하는 유튜브 채널 ‘by PDC 피디씨’에 출연한 김혜수의 말이 명언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90만 조회 수(6월 14일 기준)를 기록한 1편 영상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중요한 기억을 잊지 않는 것. 그게 나한테는 삶의 동력이에요.” 37년째 연기를 해오며 숱한 현장과 사람을 겪어왔을 텐데도 여전히 기억하고, 뭔가를 남기려 애쓰는 배우. 정다운 친화력과 진심 어린 태도로 찰나의 장면에서도 ‘역시’란 말을 듣는 김혜수는 그런 원칙을 생명 줄처럼 쥐고 있었다. <밀수>의 첫 홍보 일정이었던 <보그> 화보 촬영을 앞두고 그녀는 2년 전 여름을 떠올리고자 촬영 일지를 들췄다고 했다. “평소에 뭔가 쓰고 싶어지거나 눈에 담기는 게 있으면 스마트폰에 기록해두는데 <밀수> 촬영장에서는 남기고 싶은 게 좀 많았나 봐요. 그냥 지나쳐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건 좀 길게 붙잡고 있고 싶은 거죠. 다 너무 소중했던 거예요.” 14세. 총명한 눈빛의 태권도 소녀로 음료 광고에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입문한 김혜수가 배우로서 현장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 건 시간이 한참 지나서다.

 

7월 28일은 조인성의 생일이다. 영화 <모가디슈>(2021)는 그날 개봉했다. 불같은 성격의 강대진 참사관이 총알이 빗발치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사막을 내달리며 생사를 건 탈출을 감행하던 그 시각, 현실 세계에서의 조인성은 평화로운 동해 어느 해변에서 류승완 감독과 다음 영화를 찍고 있었다. 2021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촬영에 들어간 <밀수>는 감독과 주요 배우뿐 아니라 <모가디슈>의 촬영 스태프 상당수가 연이어 작품을 함께했다. “거의 ‘외유내강’의 전속 배우처럼 활동하던 시기였죠. 홍보 현장이나 촬영장 어딜 가도 익숙한 얼굴들을 계속 만났어요. 드문 경우죠. 그래서 더 좋았어요.” 조인성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말쑥한 차림으로 스튜디오 한쪽의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다. <모가디슈>는 그해 개봉된 한국 영화 중 최다 관객을 모으며 코로나로 침체된 극장가에 모처럼 활력을 일으켰다. <밀수>의 개봉일은 7월 26일, 이번에도 그의 생일 무렵이다. “아무래도 텐트폴 영화니까 제작사나 투자사가 그때를 적기로 본 것 같아요. 염정아 선배 생일도 저랑 같은 날이에요. 아무쪼록 좋은 기운이 모여 잘됐으면 합니다.” <밀수>에서 조인성이 맡은 역은 밀수왕 ‘권 상사’다. 베트남전에서 밀수에 눈을 떠 전국구로 판을 키운 이 인물 좋은 사업가는 품위 있게 불법을 일삼는다. 류승완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조인성에 대해 “미남력의 끝장을 보여줄 것”이라 공언했다.

 

“판이 너무 좋잖아요. 외유내강에, 류승완 감독에,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김혜수라는 배우까지, 안 할 이유가 없었죠.” <밀수> 판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엄정아가 명쾌하게 대답했다. 물이 무섭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다. 염정아가 연기하는 엄진숙은 군천 해녀들의 리더다. 선장의 딸로 태어나 평생 물질만 하다 밀수판에 가담한 인물로 남다른 물질 포스를 뿜어내야 했으니 3개월간 수중 훈련을 받으며 누구보다 열심이었을 테다. “말도 못하게 무서웠죠.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거든요. 해녀를 연기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그런데 욕심이 나니까 도전했어요.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또 되더라고요.” 깊이가 7m에 달하는 수중 세트와 훈련장을 오가며 스스로를 채근한 끝에 30초 이상 숨을 참고 고요한 물속을 유영하게 됐을 때 염정아는 ‘하면 된다’는 자신의 인생관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힘들어도 그렇게 도전하면 인생이 재밌잖아요.” 염정아는 도전하는 일이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필모그래피도 다양한 색채를 띤다. 한국 공포 연기의 대표작이 된 <장화, 홍련>(2003)과 팜므 파탈 사기꾼으로 등장한<범죄의 재구성>(2004)에서 보여준 새빨간 존재감 이후 염정아는 계속 도전했다.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2005)와 <오래된 정원>(2007)에서는 운명적 사랑을 믿는 순수한 여인을 연기했고, 롤모델이었던 김영애 배우에 맞서 연기 내공을 입증한 드라마 <로열 패밀리>(2011)와 광기 서린 연기로 뜨거운 박수를 받은 (2018)은 그녀를 믿고 보는 배우로 만들어줬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연기하며 뉴스에도 출연한 영화 <카트>(2014)와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로 사랑받은 <완벽한 타인>(2018), 생애 첫 뮤지컬 영화였던 <인생은 아름다워>(2022) 역시 아름다운 도전의 기록이다. 특히 류승룡 배우와 함께한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울었어요. 촬영장에서는 승룡 선배 눈만 봐도 눈물이 났죠. 저는 이 영화를 정말 정말 사랑해요.” 반대로 판타지 활극 <외계+인 1부>(2022)에서는 완전히 웃음판을 만들었다.

 

영화 <밀수>에서 박정민은 집도 절도 없이 떠돌다 어촌으로 흘러든 ‘장도리’를 연기한다. 어느 가정집 공구 통에나 하나쯤 들어 있을 법한 다용도 망치, 그 장도리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해운 회사에서 먹고 자는 이 순박한 청년은 마을 사람들과 해녀들에겐 꽤 쓸모 있는 물건이다. “장도리는 마을 사람들이 부르는 별명 같은 거예요. 정확한 이름은 나오지 않죠.” 박정민은 자신의 산문집 <쓸 만한 인간>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알고 그 이름을 부른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긴 사설을 늘어놓았다. 이름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외로운가. ‘쓸 만한 인간’이 아닌 ‘쓸모 있는 물건’ 장도리. 류승완 감독은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박정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역할을 제안했다. 앞뒤 잴 것 없이 그는 바로 승낙했다. “감독님은 시나리오라도 한번 보고 결정하라고 하셨지만 전 연락을 받은 순간 마음을 먹었어요. 학창 시절부터 감독님의 팬이었거든요.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중학생 때 개봉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를 제외하고 그는 류승완 감독의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자투리 필름으로 만든 단편을 묶고 여기에 내용을 더한 류승완 감독의 놀라운 장편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영화계뿐 아니라 당시 영화를 공부하던 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였다. “그야말로 ‘입덕’을 한 거죠. 감독님이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이라든지 어떤 부분을 멋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다음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5)…” 시네마 키드인 그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시간순으로 읊을 만큼 진심이다. “당시 한국 영화계에 좋은 감독님들이 대거 등장했잖아요. 류승완 감독님뿐 아니라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배우 선배님들도 그렇고요. 전 아직도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거든요. 꿈만 같죠.”

 

뭐라도 할 것 같은 눈빛. 고민시가 등장하는 순간 극의 판도가 바뀐다. 영화 <마녀>(2018)에서 앞머리에 핑크색 헤어롤을 말고 툴툴거리며 등장했을 때 음울한 극의 분위기는 180도 반전됐다. 오디션을 5차까지 치르는 동안 실은 주인공 역할로 캐스팅된 줄 알고 설레던 고민시는 험한 입담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오히려 대중의 궁금증을 키웠다. 지금보다 앳된 모습으로 화내고, 떼쓰고, 울고, 온갖 감정을 힘껏 분출하는 고민시는 잠깐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다음 활약은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성격 파탄자이자 로맨스 훼방꾼인 ‘박굴미’로 현실감 높은 짜증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이상한 희열을 선사하기도 했다. 잔잔한 로맨스도 그녀가 등장하는 순간 장르가 달라졌다. 고민시는 이야기의 템포를 쥐고 흔드는 불안 불안한 인물을 자주 맡으며 존재감을 알렸다.류승완 감독에게서 영화 <밀수>의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그녀는 당연히 오디션을 볼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결국 오디션 없이 ‘고옥분’이라는 역할을 따냈지만 감사한 마음은 변치 않았다. “<밀수>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그다음에 제 이름이 있는데 믿기지 않았어요. 위대한 이름들 다음으로 제 이름 석 자가 더해졌다는 것만으로 너무 영광이었죠. 책임감이 생겼어요. 기분 좋은 부담감. 그 표현이 정확한 것 같아요.” 영화 <밀수>에서 고민시가 연기하는 고옥분은 밀수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다방 마담이다. 밀수에 가담한 해녀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그녀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군천 바닥의 정보를 수집하며 춘자와 진숙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양장과 한복을 오가며 화려하게 스타일링하고 푸른색 아이섀도와 새빨간 립스틱 등 레트로 무드로 한껏 치장한 고민시는 존재만으로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정말 촌스럽게 나오거든요(웃음). 스태프들이 제 얼굴만 보면 웃더라고요.” 성이 같아 처음부터 친근하게 느껴졌다는 고옥분은 오랜만에 그녀에게 맡겨진 감초 역할이다.

 

그는 어느새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만 해도 예닐곱 편. <밀수>도 그중 하나다. <밀수>에서 김종수는 세관 계장 이장춘을 연기한다. 이 분야에선 나름 경력직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도 그는 1980년대 비리 세관 공무원으로 출연했다. 최익현(최민식)과 최형배(하정우)를 이어주는 장 주임 역으로 별도의 오디션 없이 캐스팅된 첫 작품이었다. “해운대의 한 커피숍에서 윤종빈 감독을 만났는데 그저 얘기 몇 마디 나누고는 ‘됐다’고 한 기억이 나요.” 류승완 감독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승완 감독님의 현장은 아주 액티브해요. 수중 액션을 비롯해 쉽지 않은 장면이 많았는데 완벽할 때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상당하더군요.” 이번 작품은 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영화 <밀양>이 새로운 꿈을 틔우고 드라마 <미생>이 그의 존재를 알렸다면,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연이지만 비중도 꽤 있다. 비중이 있다는 건 서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가 맡은 역할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에요. 캐릭터들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마을 사람 무리가 있는데 나중엔 걔들 얼굴만 봐도 웃겨. 조합이 너무 좋아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어촌 마을은 그에게 옛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 1964년생인 그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중학교 때 전포동으로 이사 갔는데 그 전엔 남천동에 살았어요. 방파제 앞 좌판에선 해녀들이 해산물을 팔고 노천 시장의 생선 장수들은 즉석에서 붕장어 회를 떠줬죠. 온통 흙바닥에 가게가 즐비하던 짠 내 나는 항구 마을. <밀수> 촬영지가 동해였는데 딱 그 시절의 풍경을 재현해놔 깜짝 놀랐어요.” 장도리 역의 박정민과는 전작 <시동>에서 중국집 사장님과 가출 청소년으로 호흡을 맞췄다. 후배들에게 그는 격의 없는 선배이자 정 많은 형이다. <밀수>를 찍으면서 그는 촬영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조연 배우들을 따로 불러 맥주를 사주며 격려했다. “늦게 온 형도 있다.” 물고기 비늘만큼 숱한 경험으로 단단하게 빛나는 내공을 쌓은 그는 주어진 환경이 어떠하든 연기라는 일을 즐기고 열심히 하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걸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다. “어떻게 보면 밀알 같은 인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건데, 기적 같은 일이죠. 너무 감사하고요.” 요즘 그는 행복하다. 그를 찾는 현장이 있고 그를 기다리는 대본도 있다. “예전에 혁권(박혁권)이네 집에 가보면 대본이 수북이 놓여 있는데 그게 참 부러웠어요. 독립영화를 함께 찍은 인연으로 가까워져서 서울을 오갈 때마다 신세를 많이 졌거든요. 괜한 여관비 쓰지 말라고 아예 집 열쇠를 주고 가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새 우리 집에도 대본이 쌓여가요. ‘성공했네’ 싶죠.” 그가 생각하는 성공한 인생이란 ‘나답게 사는 것’. 그는 진정성 있는 연기에서 그 답을 찾는다. 물론 후배들에게 언제든 술과 밥을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생겼다. 영화 일을 시작하며 바란 작은 소망들이 하나둘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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